[후기] 세종대학교 국토대장정
- 작성자주학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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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교과 프로그램 후기 공모전 : 수기
<국토대장정이 일깨워준 ‘도전의 가치‘>
때는 2018 년 여름, 종강이 다가오며 다시금 방학에 무엇을 할지 고민하던 2학년의 저는 우연히 ‘세종대학교 국토대장정’ 프로그램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이전에 얼핏 세종대학교에서 정기적으로 국토대장정을 한다고 하는 말을 듣기도 했고 다녀왔던 친구의 강력한 추천을 받기도 해 관심이 어느 정도 있는 상태였죠. 저는 갑자기 귀신에 홀린 듯 무작정 국토대장정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이전에도 국토대장정의 존재는 알았고 고교시절 대학가면 하고 싶던 버킷리스트로 세워두었던 일이었지만 2주에 가까운 시간동안의 사회와의 단절은 저를 매번 망설이게 하였습니다. 하지만 그 당시 진로를 비롯한 여러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던 저에게 이러한 단점들은 오히려 장점으로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사회에서 떨어져 ‘여러 문제들로부터 도망칠 수 있는 도피처’, 맞습니다. 저가 처음 국토대장정을 지원한 동기와 저의 시선은 힘든 삶에 대한 도피처라는 인식 이였습니다. 그렇게 저는 갑작스러운 동기로 국토대장정에 지원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생각한 것처럼 순탄한 방향으로 흘러가지는 않더군요. 그렇게 시간이 흘러 처음 조원들을 마주하게 되었을 때 저는 솔직히 ‘집에 가야하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처음만난 사이긴 하지만 시끄럽고 활발한 열정 넘치는 다른 조들과는 달리 저희는 서로 간에 말 한마디 오고가지 않는 조용한 정적만을 유지했고 말을 걸거나 대화를 하려해도 이어져나가지 못했습니다. 심지어, 이러한 분위기의 사람들과 그 긴 시간을 함께할 수 있을까 고민하던 와중 함께 지원했던 친구가 집안에 사정이 생겨 국토대장정을 포기하게 되었고, 제 의욕은 사라지기 시작했습니다. 이렇게 나도 포기해야하나 고민하며 갈등속의 나날을 지새우다보니 애석하게도 출발일은 다가와 어느덧 제주도로 떠나는 날이 와버렸습니다. 결국 전 스스로 명확한 포기의 이유를 찾지 못했고 친구 한명 없는 곳이고 해본적도 없는 무서운 경험이었지만 자의반 타의반으로 도전을 지속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다가온 첫날, 걱정과는 달리 다행스럽게도 저희 국토대장정 7조의 남자들은 금세 말을 놓고 친해졌습니다. 또한, 전체적인 조원끼리도 존댓말을 쓰긴 해도 ’서로간의 존재를 인식’하며 그래도 생각보다는? 좋은 스타트를 끊은 셈 이였죠. 그리고 마침내 출발의 시간이 다가왔습니다. 저희는 걷기위해 모인사람들 이었으니까요 첫날의 행진을 한마디로 표현하면, ‘시체 상태로 천국과 지옥을 오고간 하루‘였습니다. 평소 걷기를 좋아한다고 자부하던 저였기에 중반까지만 해도 같이 걷는 조장 형과 끊임없이 대화를 하며 나름대로 국토대장정을 잘 왔다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힘들어서 인지, 아니면 그냥 밥이 맛있던 것인지 의외로 제공되는 식사도 매우 준수한편 이였고요. 그런데 이상하게 하루 일정이 끝나지를 않기 시작했습니다. 분명 같은 5키로 인데 이상하게도 점점 더 멀어져가는 느낌 이였고 슬슬 끝이 보여야하는데 언덕을 하나 넘을 때 마다 새로운 목적지가 계속해서 저희를 맞이했습니다. 정말 이때는 다쳤다고 하고 집 가고 싶다고 우기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죠. 그래도 역시 끝은 보이더군요 계속 건고 걷다보니 저희는 마침내 첫날 숙소인 언덕위의 이상한 빌라에 도착했습니다. 이때 서로 조마다 가위바위보를 진행해 순서가 정해졌음에도 서로를 생각해 서로가 씻는 순서를 양보하기도, 배려하기도 하였던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저 또한 이러한 흐름에 반응해 다른 사람들에게 차례를 양보하고 느긋하게 대기하던 찰나 충격적인 소식이 들려왔습니다. ’물이 안나와요‘, ’물탱크가 바닥났어요‘, 저장되어있던 물탱크가 모두 소비되어 단수상황이 벌어진 것이었습니다. 정말 살면서 처음으로 물 부족으로 인한 공포를 느껴봤습니다. 정말 당황스러워서 이걸 어떡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내일의 일정을 위해 씻어야했고 정말 한 방울씩 나오는 물과 생수병에 의존하여 샤워를 무사히 마쳤습니다. 그러고 나니 몰려오는 알 수 없는 뿌듯함과 오늘 하루를 무사히 마무리 했다는 안도감, 그렇게 저는 나름대로 성공적으로 도전을 시작했다는 생각 속에 첫날의 일정을 마무리 했습니다. 둘째 날이 되니 신기하게도 하루만에 몸이 금방 적응했었습니다. 하지만....첫날부터 이어져온 여자조원들과 남자조원들 간의 어색함은 조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떨어지게 만들었습니다. 오죽하면 조장형이 남자조원들에게 내린 미션이 여자조원들과 밥먹을 때 이야기하며 같이 앉아보기였을까요...그래서 조장형과 고민을 거듭하던 중 저는 한가지 좋은 생각이 났습니다. 바로 제가 개그캐릭터가 되는 것이 였습니다. 제가 나이가 적지도 많지도 않은 애매한 포지션이기에 사람들이 저를 놀린다면 좀 더 부담 없이 놀릴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고 저 한사람을 통해 다수가 재밌고 행복해진다면 즐거운 조 분위기가 만들어 질 것이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렇게 조장 형과 저는 시트콤 같은 꽁트를 시작했습니다. 조장형은 항상 시덥잖은 걸로 저를 혼내는 역할을 하고 저는 일부러 반응을 크게하며 투닥투닥하는..이러한 꽁트를 계속 해나가니 어느새 여자조원들도 재밌다며 웃으며 놀려대기 시작했고 결국 조원들 전체가 이러한 분위기에 동참하여 서로를 놀리고 친근하게 대하기 시작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저는 웃음과 해학의 가치를 깨달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도 사전모임 한번 갖지 않고 티 하나 맞추지 않아 어색하던 저희 조원들, 어찌 보면 허무하게도 개그코드 하나에 다들 공감하여 신나게 걸어 다니는 모습을 보며 흐뭇함과 흥미로움을 느꼈습니다. 그 이후로도 저와 조장형은 이런 코미디한 상황을 게속해서 연출하며 라디오처럼 걸어 다녔습니다. TMI다 고장난 라디오 같다는 놀림을 받기도 했지만 조원들이 저의 망가짐과 저희의 꽁트에 웃을 때면 너무 즐겁고 피로가 사라지는 기분 이였죠. 그렇게 저희가 시끄럽게 떠들고 다니다보니 저희 7조 뿐 만아니라 다른 조의 사람들도 저희를 알기 시작했습니다. 웃기고 활기 넘치는 사람으로 말이죠. 이후, 조장인 상민이형과 저는 국토대장정에서 가장 유명한 TMI, 에너자이저가 되어갔습니다. 모두가 저희를 알다보니 스스럼 없이 사람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고 사람들이 다가와 주었습니다. 이러한 교류와 만남의 과정 속에서 국토대장정의 힘듬은 어느새 눈 녹듯 사라졌고 행복과 긍정적인 미래만이 상상되었습니다. 또한 제가 국토대장정을 오기 전 가졌던 여러 고민들에 대해서도 긍정적인 방향으로, 실패 또한 경험이고 미래를 위한 채비였다는 생각으로 변화하게 되었습니다. 사실 저는 국토대장정을 모든 것을 정리하고 공부에만 집중해보자는 생각으로 도전했었습니다. 하지만 국토대장정은 저의 새로운 적성과 새로운 인연을 만나는 만남의 장이 되었고 저는 잃어버렸던 저의 활발함과 인연들을 새롭게, 다시금 만들어가게 되었습니다. 국토대장정은 힘듭니다. 경험해 보지 못한 만큼 힘들고 집에 가고 싶고 신체의 곳곳이 아파오고...사회와 단절되어 친구들과의 연락 또한 하지 못하고 여러 가지 난관들이 존재합니다. 앞으로 저희가 사회에 나가서 부딪힐 난관들에 비하면 소박한 시련일 수 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난관들은 한계를 뛰어넘게 해줄 것이고 주어지는 고난과 역경은 도전하는 청춘을 더욱 견고하고 단단하게 만들 것입니다. 가치없는 도전은 없습니다. 의미없는 도전도 없습니다. 도전자와 난관만이 존재할 뿐입니다. 저는 국토대장정을 통해 새로운 저를 마주하고 한발 더 제 목표를 향해 진일보 할 수 있었습니다. 국토대장정은 제 삶을 바꿔준 소중한 경험입니다,
신문방송학과 17012000 최완희